오래전 시마과장의 작가로 잘 알려진 시로가네 켄지의 단편을 읽은 적이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과 다른 또다른 의지에 몸을 빼앗겨버리지만
그 의지의 삶의 방식이 자신의 무료한 삶과 정반대인 것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거기에 빠져든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자신의 삶이 완전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살아가며 부딪치는 수많은 고난들 앞에서
나는 나의 운명이 혼자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벽처럼 느끼곤 했다
그런 막막한 감정 속에서 나는 내 삶이
수풀에 내던져진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달을 못채운 태아처럼 약하게만 느껴졌다
내 삶을 완전히 뒤바꾸고 싶다는 이러한 욕구를
영화 '파이트 클럽'은 충실히 재현한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만큼'이라는 정도의 문제인 것이다
<우린, 삶에서 가장 이상한 순간에 만난거야>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을 만큼의 변화는
누군가의 손을 빌지 않아도 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의 변화는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다시 원래대로 회복할 힘이 없다
말하자면 타인의 힘(그것이 설령 자기 안의 또다른 인격이라 할지라도)을 빌린 변화를 구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의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주인공이 내면의 적을 쏘아죽이는 장면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제어할 힘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힘을 원하는자는
그 힘을 제어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아이러니
우리의 운명은 오직
우리의 의지를 통해서만 극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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